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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등록 이주 아동 기획] ① “아파도 그냥 참아요” 신음하는 아이들

2025-03-10 조회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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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sgunews.sogang.ac.kr/front/cmsboardview.do?currentPage=1&searchField=ALL&searchValue=&searchLowItem=ALL&bbsConfigFK=3624&siteId=sgunews&pkid=919342


서강대학교 서강학보에 실린 글을 전달한다.

대학에서도 미등록아동 이슈를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유령’처럼 살아가는 아이들, 미등록 이주 아동


① “아파도 그냥 참아요” 신음하는 아이들


어떤 이들은 국적을 가지지 못한 채 태어난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나 언제든지 타국으로 추방될 위험에 놓여 있는 미등록 이주 아동들. 이번 기획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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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한국에서 유령으로 지내온 거나 마찬가지예요. 살아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어요.” 은유 작가의 책 『있지만 없는 아이들』 에 등장하는 미등록 이주 아동 마리나 씨는 자신이 살아온 삶을 이렇게 소개한다.


미등록 이주 아동이란 합법적 체류 자격 없이 국내에 체류하는 아동을 의미한다. 이들은 외국인 부모를 따라 한국으로 이주했거나 한국에서 태어났다. 부모가 체류 자격을 갖고 있으면 아이도 함께 체류 자격을 부여받는다. 그러나 부모가 법무부에 의한 불법 체류자 단속에 적발되거나 난민 신청에 실패하는 등의 다양한 이유로 체류 자격을 상실하면 아이도 미등록 신분이 된다. 


이들은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라 교육을 받을 권리가 보장돼 있어 한국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닐 수 있다. 그러나 순탄한 학창 시절을 보내기는 어렵다. 미등록아동지원센터 은희곤 소장은 “(그 아이의) 법적 신분 문제를 친구들이 알게 되면 아이가 따돌림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유년 시절 미등록 이주 아동이었던 페버 씨도 자신에게 비자가 없다는 것이 친구들 사이에 알려진 이후 따돌림을 당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날 담임 선생님이 반 친구들 앞에서 내 (법적 신분 문제에 대한) 얘기를 했다. 그 이후 친구들이 갑자기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미등록 이주 아동에게는 자신의 신원을 증명할 수 있는 주민등록번호나 외국인 등록번호가 없다. 이들에게 신분증이 필요한 핸드폰 개통이나 해외여행 등은 그림의 떡이다. 한국사에 관심이 많던 카림 씨는 친구들과 함께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준비했지만, 신분증이 없어 응시조차 할 수 없었다. 그는 “친구들과 같은 수업을 듣고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고 생각했는데, 신분증이 없다는 이유로 꿈을 펼칠 기회조차 가질 수 없었다”며 좌절감을 토로했다.


미등록 이주 아동은 자연스럽게 법과 인권, 그리고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이들은 의료 보험 대상자가 아니기에 아프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의 병원비를 부담해야 한다. 이에 감기처럼 가벼운 질병에도 병원을 가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미등록 이주 아동 달리아 씨는 “감기에 걸려도 그냥 참는 편”이라며 높은 병원비로 인해 치료를 포기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미등록 이주 아동은 일정 기간 합법적으로 국내에 체류할 수 있다. 그러나 여러 제약과 사회적 시선으로 인해 마치 없는 존재처럼 살아가야 하는 현실이다. 이들을 한 명의 아동으로 받아들인 이상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고, 인간답게 살아갈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이다.


글 | 이채연 기자 mu1321@sogang.ac.kr